세상을 위해 헌신하여 존경받는 분들을 볼 때마다 공덕이 참 많으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서 저는 아직 쌓아놓은 공덕이 없다는 생각에 부끄러운 마음이 뒤따릅니다.
우연히 영화 ‘시네마 천국’과 ‘미션’의 테마곡을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분이 작곡하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득 한 가지 상념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엔니오 모리꼬네라는 이름도 모른 채 수년간 그 분의 음악을 듣는 동안 영혼이 맑아지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평화로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수 초, 수 분을 경험하였다면 그 시간들은 아마도 엔니오 모리꼬네의 공덕일 것입니다. 한순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성현들의 말씀들, 내 옆에 있는 지인들의 따뜻한 용기 주는 한마디 말이 모두 공덕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생각을 가까운 친구에게 말하니 정신과 의사도 이와 비슷한 공덕을 쌓는 시간이 많을 것 같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저의 직업이 감사하게 생각되고 가슴이 뿌듯해지면서도 한편 얼굴이 살짝 붉어졌습니다. 실제로 많은 분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위로의 순간이 필요하고, 현재의 불편을 줄이고 견디기 위해 정신과를 방문합니다.
수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는 동안 괴로움을 해결하고 싶어 제 진료실 문을 두드렸던 여러 내담자들에게 과연 쉼과 위로를 드렸던가 자문해 봅니다.
언젠가 저도 내담자들과 함께하는 위로의 시간들이 정말 많아지고 좋은 공덕이 쌓여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를 바라며 인사의 말을 대신하겠습니다.